Wednesday, June 2, 2004

거스 히딩크의 글을 다시 읽으며...

아래의 글은 거스 히딩크감독이 월드컵 개막직전에 네덜란드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을 2002년 6월 17일 Metro에서 읽고서 정리해 두었던 글이다. 2년전의 월드컵을 다시 기억하며, 그 날의 감동을 되새기며 다시 읽어본다. 사진은 Hiddinks.com에서 가져왔다.

한국으로부터 감독을 제의 받았을 때 솔직히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팀을 이끌고 크게 이겨본 팀이기에 껄끄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한국팀을 맡았고 한국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과거 한국축구는 월드컵에 5번이나 진출하고도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나는 그러한 좋지 못한 전적에 마침표를 찍기를 원한다. 한국이란 나라를 세계축구의 강국으로 이끌기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처음 마음먹었던 것보다 더 노력하고 있으며 그 진행은 순조롭게 이어져 왔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내게 질문한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가장 궁금한 것 일수도 있다. "과연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예스’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결코 없다. 만약 경기도 하기 전에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다면 스포츠의 존재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확률로 따지고 싶다. 내가 처음 한국대표팀을 맡았을 때 그 확률은 미미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우리 팀은 그 어느 때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며 그 확률을 서서히 높아져 가고 있고, 지금 시점에는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는 점이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한국팀의 첫 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력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한국선수들의 열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지시하는 점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했으며 한결같이 착하고 순수했다. 유럽의 톱클래스 선수들은 스스로의 생각이 강하고 개성이 탁월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프로라는 의식이 있을 뿐 하나의 팀으로서, 아니 한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선수로서의 사명감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월드컵이란 무대는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선수들도 많이 봐 왔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월드컵 그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무대에서 뛰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 왔다. 이러한 한국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든지 한 수 아래로 떨어지든지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실력이 떨이지면 남보다 더한 노력으로 이를 보충하면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선수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선수들보다 우월하다. 그러한 한국축구의 기본 잠재력은 일찍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한국 선수들을 대단히 사랑한다. 그들의 순수함은 나를 들뜨게 한다. 준비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어떠한 비판도 나는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다. 당신들이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비판의식에 사로 잡혀 있을 때 나는 6월을 기다려 왔다. 지금 세계 유명 축구팀들이 우리를 비웃어도 반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월드컵에서 16강에 가고 못 가는 일을 떠나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강력한 한국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전력을 더욱 갈고 다듬어서 6월에 있을 본무대에서 모두 폭발시킬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낮은 전력의 팀들을 격파하면서 얻는 값싼 승리가 아니다. 만약 그러한 길을 택했다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승리로 인해 한국 국민들은 열광하겠지만.... 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세계 일류의 팀들이 되길 원한다면 더욱 강력한 팀들과 싸워 나가야 한다. 질 때 지더라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그들과 일대일로 부딪쳐야 한다. 한국국민들은 그러한 준비에서 나오는 패배로 인해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패배 뒤에 오는 값진 월드컵에서의 영광이다. 지금까지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월드컵에서의 승리는 내가 원하고 또한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단순히 이번 월드컵무대만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궁극적으로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팀으로 가는 길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에 내가 약간의 보탬이라도 된다면……. 내 스스로의 경력에도 플러스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과거의 한국축구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변방의 소속팀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속한 나라이며 내가 이끌고 있는 우리의 나라이다. 비록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그 문화의 차이가 다르지만 내가 선택한 나라이며 또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이다. 남들이 뭐라 떠들던 나는 내가 생각한 길을 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는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수십 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생각했던 노하우나 철학들을 모두 쏟아 붓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분명 강력한 한국팀으로 변모해 있을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16강이 나의 바램이 아니다. 내게는 그 이상의 바램이 있다.

만약 6월을 끝으로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될지라도.... 소중한 추억으로서의 한국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그것이 영광스러운 이별이 될 수도,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는 한국팀의 감독이고 앞으로도 한국팀의 감독이라는 것이다.월드컵에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때에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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