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22, 2005

즐거운 편지

중등시절 교회친구가 소개해 준 황동규님의 이 시는 지금 읽어도 좋다. 그때 이 시를 三南에 내리는 눈에서 읽었는데, 다른 시들은 기억이 없다. 이 글을 올리기 전에 찾아본 황동규 시인의 시목록에는황동규님의 시들을 정리를 해 두었네. 차분히 읽어 볼까.

시를 읽다니....
가을 끝물에.
내가 이상해 졌어.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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