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19, 2005

[지저깨비 2집] 실상과 허상

거리를 걸어가다 지난날에 사귀었던 옛사람을 만났다. 한 때는 그 사람이 네게는 다정하고 친근한 사람이었다. 마주쳐 인사를 나무며 반가워 근처 다방에 들어가 차를 시키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니 전의 다정했던, 친근하게 터 놓고 이야기했던 그 사람이 없고 변질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사람은 추억의 지난 이야기가 아니고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의 사람이 아니었고, 다시금 사귀고 싶어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동안에 그에 대한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무척 이도 보고 싶었던 사람이 새삼 이렇게 만나니, 나는 허상에 묶인 기억들에 까무러친다.

사람은 살면서 지난날의 실상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며 실상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 모습에 담긴 뉘앙스를 음미하며 그 속에 묻혔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다가, 실상 그러한 실상들이 다시 눈앞에서 그리는 불규칙한 반사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허상을 보듯 현실 속에 비치는 실상들의 허상을 본다. 항시 마음속에 그리는 형상들은 실상과 같은 허상들임을 느끼는 것은 마음이 과거에 있고 몸은 현재에 있는 탓일까? 아니면 변하는 세파에 머무르는 자신 때문일까?
사람이란 과거 속의 이야기들을 미화시키기를 좋아하며 현재의 사실도 과장하기를 또한 좋아한다. 허황된 것에 대한 바람이 암세포처럼 사람들의 신경세포에, 뇌리에, 생활 속에 퍼져있는 것이 실상을 무시한 허상에 애착을 두어 팔자 좋은 빨간눈의 집토끼처럼 주어지는 먹이에 그냥 좋아라 우물거린다.

그러나 살다보니 이러한 일들이 허다함이 인간들은 살면서 그리는 이상향이 허상에 대한 미적 자기도취인가? 실상과 허상은 거울의 안과 밖의 차이인가?

(198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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