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31, 2009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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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님 이벤트에 당첨된 책,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 5월 26일에 작가이신 산나님이 친필 서명을 하시고 직접 보내주셨다. 자유주의 및 신자유주의 경제와 개발도상국에 대한, 내게는 어려운 (어느게 어렵지 않은 것이 있었니?) 책, '나쁜 사마리안인들'을 꾸역꾸역 힘겹게 읽고 있었던 참이라, 책을 거의 다 읽자마자 보내주신 책을 냉큼 읽기 시작했다. 어느 이국의 거리를 걸으면서 느낀 것을 정갈된 글로 정리한 여행기로 기대하면서 말이야.


사실 나는 산티아고 Santiago니 카미노 Camino를 모른다. 살라망카 Salamanca는 멕시코에 건설했던 어느 현장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이고, 스페인어가 물씬 풍기는 지명과 그 지역을 듣지도 보지도 않고 살아 왔으니 말이다.


이 책은 "'산티아고 가는 길 Camino de Santiago', 흔히들 '카미노 Camino'라 부르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가 자신의 발견기" (p 7)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는데 그중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 Saint-Jean-Pied-de-Port에서 출발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산티아고에 이르는 '프랑스 길'이 가장 유명하며, 스페인어 '카미노 Camino'는 그냥 '길'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지만 '프랑스 길'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카미노 Camino'가 프랑스 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p 20) 쓰인다고 한다.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라는 뜻" (p 214)이며, 예수가 돌아가신 후에 이베리아 반도에서 포교활동을 한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죽음이, "8백년이 지난 어느 날 야고보 성인의 시신이 있는 곳을 별빛이 비췄고,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 도시를 세우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tiago de Compostela라고 이름" (p216)을 붙인 도시까지가 여정이다. 그리고 "산티아고 서쪽의 바닷가 마을 피니스테레 Finisterre (지명 자체가 '땅끝'인 곳)" (p281)까지 더 여행을 했으니, 2008년 4월11일부터 5월 14일까지 34일간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피니스테레까지 "혼자이면서 함께이고, 함께이면서 혼자인 길" (p 45)을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과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직업이 기자라더니" (p 99) 생생하게 기록한 글이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여행하는순례하는 구간을 약도와 같은 지도가 같이 있는데, 전쟁 상황을 지도와 같이 보여주던 롬멤을 읽었을 때도 느꼈던 점이지만, 구간마다 새로 만나는 사람과 다시 만났던 지점을 각주나 마주를 살펴보듯이 지도위에서 확인하면서 글을 읽다보니, 그 순례길과 사람들과 글이 더 잘 이해가 되었다. 그 경로는 "하루 걷는 거리를 20~30킬로미터로 잡아 전체 764킬로미터의 거리를 34일간의 일정" (p 27)이다. 구글 어스로 확인하면서 보았다면 시청각 글읽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실 구글 맵위에 각 지점마다, 누구와 만났고, 며칠 지났으며, 무슨 일이 있었다는 짤막한 메모가 있는 지도를 그리려고 했는데, 이 글만 쓰는데도 몇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ㅠ.ㅠ (미안합니다. inuit님, 산나님. 정성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구글 맵을 이용하여 산나님이 이동한 곳을 다 집어 넣어보니 위의 그림과 같다. 경로 중에 책에 영문 표기가 없는 스페인 땅끝마을, 피니스테레 Finisterre를 찾느랴 고생했으며, 테라디요스 Terradillos는 경로를 많이 이탈하여 표기되어서 제거했다. 또한, 구글 맵 도보 길찾기는 현재까지 베타이므로 24개의 구간경로만 입력할 수 있어서 더 자세하게, 지나온 곳을 입력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ㅠ.ㅠ


카미노에 대한 짧은 정리들과 밑줄을 그은 구절들을 정리하면서 글을 매듭지을까 한다. 길에서 느꼈던 저자의 생각이, 한편 마음에 와 닿은 점도 있지만, 마음 무겁게 다가온 것도 있다. 이를 다 정리하기란 내 짧은 생각으로는 모자르다. 다만, 나는 여행을 '생활의 때를 벗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길을 걸으면서 많은 마음의 앙금이 사라지거나 풀리는 것을 경험한다. 저자 또한 그러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한쪽 방향을 향해 800킬로미터가량을 걸어가는, 안전하고 단순한 길 (p 17)
  • 내게 산타아고 가는 길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나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일종이 도주였다. (p 18)
  •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사면서 카미노에 연쇄적인 호의의 망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p 84)
  • 이 길이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홀로 떠도는 고독한 길이 아니라 '낯선 이의 친절'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p 39-40)
  • 어쩌면 내가 가려는 곳은 산티아고가 아니라 길 그 자체, '카미노'일지도 모르겠다. (p 40)
  • 잊지말자. 난 머리 냄새나는 아이야... (p 67)
  • 기쁨과 즐거움뿐 아니라 슬픔과 우울함, 비열함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오더라도 그 모든 감정을 파하지 말고 "문밖까지 나가 웃으며 맞이하라"고.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선물에 아로새겨진 무늬들"이기 때문이다. (p 75)
  • "하나의 여행이 아니라 매번 짧은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p 84)
  • 있잖아. 우리가 모두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 (p 86)
  • 여기서 걱정할 미래라곤 딱 세 개밖에 없잖아. 어디까지 걸어가고, 밥은 뭘 먹으며, 어디에서 잘 것인가. 삶이 실제로 이렇게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겠어! (p 86)
  • 나에겐 카미노가 미래로 가는 긴 터널처럼 느껴져 (p 90)
  • 맞아. 나는 신을 믿지 않는데, 만약 신이 있다면 이렇게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관계'속에 있다고 생각해. (p 97)
  • 카미노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생각할 필요없이 자연스러운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p 97-99)
  •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자는 패배자이며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p 101)
  • 이 질문과의 사투를 통해 '수동적으로 버림받은 경험'을 '능동적인 버림'으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상실은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p 104)
  • 사랑의 상실로 괴로워하는 패배자들에게 현명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조언은 당장 아픔을 잊게 해 줄 대체품을 찾아 헤매지 말라는 것이다. 상실을 딛고 일어서려면 무엇보다 떠나버린 상대에게서 완전히 떨어져나와 상대를 놓아버려야 한다고들 했다. 그러고 나서 혼자서 자기 길을 계속 가야 한다고. (p 104-105)
  • 카미노에선 사소한 일에도 금방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p 107)
  • 내가 지레 짐작했던 것만큼 사람들은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p 117-180)
  • 길 전체가 간절한 소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p 133)
  • 가끔씩, '땡길' 때만 최선을 다하자. (p 145)
  • 무엇에서든, 누구에게서든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붙잡아두려고 애쓰지 말자, 다짐했다. '아님 말고'인거다 (p 154)
  • 카미노에서의 내 경험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건 음..., 확장 Expansion같아, '감각의 확장', '자기 Self의 확장', '관계의 확장' 같은 것. (p 156)
  • 나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자'가 아니라 '카미노의 순례자'라고 생각해. 끝나지 않는 길의 순례자. (p 158)
  • 모두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하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각자 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p 158)
  • 카미노에선 누구나 천사를 만난다고들 했다. (p 161)
  • 순례자들이 늘 서로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p 170)
  • 돌이켜보면 카미노에선 한 만남이 다른 만남과 연쇄적으로 얽혀 서로 영향을 끼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곤 했다. (p 176)
  •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을 살았잖아. 그게 존엄한거야. (p 180)
  •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서로를 이해하는게 놀랍지 않니? 카미노가 선물하는 기적일거야. (p 200)
  • 카미노가 내면의 무엇을 찾게 만들긴 하는 것 같아. 겉으로만 여행을 하는게 아닌 거지. (p 219)
  • 카미노를 '세라피 루트 Therapy Route'라고 부른다더니, 이것도 키마노가 은연중 보여주는 경이 중의 하나인 걸까.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의 손아귀안에서 바둥대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묘한 연대감 같은게 뭉클피어났다.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는 시간의 횡포에 대해 웃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p 219-220)
  • 어떤 종류의 감동도, 쾌락이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다 적응되어 무뎌지기 마련일테니까. (p 227)
  • 두려움 Fear이란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의 약자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 250)
  • 우리는 얼마나 다르면서 또 얼마나 같은가. (p 296)
  • 어쩌면 카미노가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믿는 사람에게도 카미노는 촉매 이상의 역할이 아니었을 것이다.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결국 자신의 힘일 테니까. (p 309)
  • 적어도 카미노는 내게 일상의 사소한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상징, 때로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알려주는 작은 단서가 되었다. (p 311)

더불어, 이 글은 평소 책을 읽고는 짧게라도 리뷰는 쓰는 것이 블로거의 기본 소양이라는 inuit님의 압박때문에 쓰는 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값없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닌 공짜로 받았다는 뜻이다) 받은 선물에 보답은 해야지 하는 정도에서 쓰는 글이다. ㅠ.ㅠ

값없이 받은 선물이라 열심히 읽었다는 것을 산나님에게 알린다고 보낸 '탈자 신고' 메일 제목을 '털자 신고'로 보냈다. 뭥미! ㅠ.ㅠ



그리고, 그래도, 여전히 "두리번거리는" (p 7)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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