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27, 2009

정승혜 그리고 노는 여자

정승혜2009년 5월 17일 오전 10시 38분, (주)영화사 아침 대표인 정승혜씨는 2006년부터 투병 중이던 대장암으로 별세를 했다. 향년 44세.


지난 5월 21일 구입했던 노는여자를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각 글마다 적어놓은 마지막 문장들이 카피같았다는 것이다. 프롤로그는 말, 글, 일 그리고 &에 대해서 "그러나 말만 잘하는게 아니라 말도 잘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p 4)", "틈나면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나의 자유로운 글쓰기 습관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p 5)", "그래서 난 10분 일하고 50분 노는게 목표다. (p 6)", "아마도 지리하고 멸렬한 일상이 조금쯤은 즐거워질 것이다. (p 7)"과 같이 희망과 목표를 각 프롤로그 말미에 적었다.


http://movie.naver.com/movie/mzine/cstory.nhn?nid=551책을 읽으면서 정승혜씨가 누군가 하면서 검색을 많이 하였다. 지난 글에도 적다시피 정승혜씨를 알게된 것은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를 쓰신 작가분의 블로그에서 였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카피라이터로서, 영화인으로서 궁금했다.
책에는 중요한 대목들은 궁서체로 굵게 적어 놓았는데, 이를 다 옮길 생각은 없다. 책 전체를 줄 치면서 읽지도 않았지만, 줄을 그은 부분을 적어보면,
내 이름은 자주 '정그냥 양이다. (p 76)
'똥개야 짖어라, 세퍼드는 달린다"는 젊은 날 내 인생관이었다. (p 178)
나이를 먹으면 순진하기는 힘들어도 순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 (p 261)
여자가 살아가면서, 생활하면서, 느끼면서 쓴 책이라 처음에는 다소 생소했지만, 60년대생으로 같이 살아 온 느낌에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과 글 속에서 느끼는 사소한 성격 등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O형이고 뱀띠 여자이다. 세밀하게 주위 사람을 살피고, 힘차게 카피를 쓰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또 다른 책인, '정승혜의 카툰극장'도 읽고 싶었지만 품절이다. 하지만, 그의 미니홈피 게시판에는 카툰 원고가 있는 것 같다.

故정승혜 대표를 추모하며 :: 네이버 영화: "지난 20여년간 그는 최고의 영화 카피라이터였습니다. 그리고 '라디오 스타'를 비롯해 시대를 위로해준 영화들을 많이 만든 제작자였습니다. 그는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다름아닌 인간성이었습니다. 이준익 감독, 조철현 타이거픽처스 대표와 함께 그가 만들어온 작품들이 무엇보다 성품의 영화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카피라이터이고, 그가 쓴 카피만 800여편이 된다고 한다. 여기 저기에 있는 그의 카피를 모아서 아래에 정리했다.

  • 모르는 척, 안가본 척, 처음인 척 (산부인과. 1997)
  • 인생은 타이밍이다 (광복절 특사. 2001)
  • 내공 걸고 밀어내기, 목숨 걸고 버티기 (달마야 놀자. 2001)
  • 꿈에서 해도 죄가 되나요 (몽정기. 2002)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매트릭스2. 2003)
  • 결혼만 하면 할줄 알았다? (어린신부. 2004)
  • 하늘한텐 비밀이야 (신부수업. 2004)
  • 받은 만큼 드릴게요...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어요 (친절한 금자씨. 2005)
  •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왕의 남자. 2005)
  • 당신 가슴속에 남을... 두 남자 (야수. 2005)
  • 어서가서 웃.기.자 (투사부일체. 2005)
  • 이 사람이다 싶을 때 잡지 않으면 (사랑을 놓치다. 2006)
  • 너를 떠올리는 달콤한 기억 (각설탕. 2006)
  • 지독한 범인 악독한 형사 (공공의 적)
  • 쎈놈만 살아 남는다 (강철중: 공공의 적1-1. 2008)
  • 믿음 소망 사기, 그 중 제일은 사기니라 (할렐루야)
  • 여자의 비즈니스는 유혹 (폭로)
  • 다섯명을 죽였다..용서는 바라지 않는다 (오로라공주)
  • 그들은 민중의 곰팡이 (투캅스)
  • 양다리는 부러운 짓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 라면과 사랑은 속을 아프게 하지만 거절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봄날은 간다)
  • 제가 평범해 보이나요 (아멜리에)
  • 아줌마가 일어섰다..다 죽었다 (굳세어라 금순아)
  • 참을수 없는 람보의 가벼움 (못말리는 람보)
  • 하늘에서 떨어진 엄청난 용돈..우리, 꿀꺽하자 (일단뛰어)


너무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길...


Update: 아직도 열려있는 암사자, 정승혜씨의 미니홈피. 아직도 달리는 안부 글... ㅠ.ㅠ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