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25, 2014

춘향이 노래방

한겨레21 송년호 별책부록이자 제6회 손바닥문학상 우수작 모음집인 <춘향이 노래방>을 읽으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100쪽이 안되는 6편의 글을 읽으면서.
응모작들에는 '어두운 현실 세태를 반영한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는데, 6편의 글도 그러하다. 소설은 그래서 현실적인 시각을 느끼고 알게 해 주는 듯 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많이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쉬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굳이 읽지 않아도 팍팍한 세상살이를 알 수 있다고? 글쎄....


금자는 아가씨를 기다리며 CCTV를 통해 보이는 바깥을 중간중간 응시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밤과 새벽을 그렇게 확인했다. 온갖 조명이 어둠을 좀먹고 있었다. 밝은 밤이었다. 이 시간에 깨어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밟히지 않는 작은 벌레들처럼 도로를 배회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낮을 거세당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안대를 씌워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볕이 들지 않는 커다란 방에서 그들과 나란히 누워 잠이 드는 것을 상상했다. 누구도 몸을 긁다 깨지 않는 밤. 금자는 그런 밤을 그리며 챙겨온 알레르기 약을 삼켰다. 내일은 반드시 새로운 종업원을 구하는 광고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춘향이 노래방, 김광희 

얼음창고와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주인공. 남자때문에 가산을 탕진하는 어머니를 떠나 혼자 생활하다가, 중국에서 인천항으로 넘어오다 아이 셋과 같이 죽은 조선족 여자를 냉동콘테이너에서 발견하고, 윗층에서 매맞고 사는 여자의 아들인 준이를 방에서 재워주던 주인공.
다음 날 어머니의 가방에서 돈을 꺼내어 시골 할머니 집으로 떠났다. 12살로 넘어가던 겨울이었다. 운명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이 만들어내는 조건들이 하나의 정점으로 치달아 그 정점에서 폭발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어머니와 나의 관계가 그랬다. 20년의 시간 속에 그런 기억들은 서서히 죽어갔다. - 문 밖에서, 이채운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생각나는 이야기.
나는 담담히 화면을 바라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 말이나 하고 싶어 '아'하고 입을 벌린다. 내 잃어버린 말들이 도시의 곳곳에 흩어져 작게 파르르 떨릴 것 같다. 화면에는 커서가 내 말을 모두 받아적겠다는 듯, 갓 태어난 아이의 심장처럼 발딱발딱 뛰고 있었다. - 아무 것도 몰라, 장희원

퇴거를 앞둔 독거 노인이 자살하면서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는 유서 글이 생각나는, 죽어서 엿새 만에 발견된 분의 집안 청소를 하게 된 주인공 이야기.
"미안합니다. 제 모습이 너무 흉하지는 않았는지요. 동료분과 국밥이라도 드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 부영 임대아파트 103동 515호에는 누가 살았나, 김현욱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5.61%가 장애인'이라고 한다. 장애인 동생이 있는 주인공과 엄마의 이야기, '엄마를 기다려요, 김현신'

그리고 진짜 루이뷔통 가방 때문에 일어난 이야기, '심야 맥도날드 살인사건, 오유진'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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